합치고 바꾸고…내년 주택시장, 베이비붐·에코세대가 좌우

입력 2015-12-17 07:06  

주택시장 새 트렌드

피데스개발·한국갤럽, 주거공간 7대 트렌드 조사

5억 아파트 소유한 부모, 내집마련 힘든 자녀세대
육아·경제 문제 등으로 같은 아파트 거주 늘어

저금리 영향으로 월세 비중도 증가 전망
관광 주거 결합한 게스트하우스도 인기



[ 김보형 기자 ]
내년 주택시장은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이들의 자녀인 에코 세대(1979~1997년생)가 좌우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은퇴한 부모와 경제활동이 활발한 자식 세대가 집을 합치거나 나누고, 때로는 바꾸는 등 집을 매개로 다양한 주거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울 도심 아파트에 거주하던 부모가 자녀가 살던 경기 용인시 아파트로 가고 대신 자녀가 부모의 서울 아파트로 이사오는 게 대표적이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이 한국갤럽과 공동조사를 거쳐 ‘2016~2017년 주거 공간 7대 트렌드’를 내놨다. 피데스개발은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와 에코부머가 주택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주거 공간에 변화가 오는 ‘베이비붐·에코 세대의 결합’을 첫 번째 트렌드로 꼽았다.

베이비붐·에코 세대 핵심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베이비부머는 735만명, 에코부머는 1347만명에 달한다. 이 두 세대를 합하면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고도성장 시대를 보낸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평균 5억원(서울 기준)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을 만큼 자산을 쌓았다. 하지만 자녀인 에코부머는 부모와 달리 자기 능력만으로는 내 집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맞벌이가 일반화된 만큼 육아문제도 자녀 세대엔 부담이다.

피데스개발은 50대 부모와 30대 자녀 부부가 큰 집 하나로 이사해 함께 살거나 손자·손녀 양육을 조부모가 책임지느라 두 집이 같은 아파트나 한 동네에 거주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녀 세대를 위해 도심과 가까운 서울의 부모 집과 신도시의 저렴한 자녀 집을 맞바꾸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개발센터 연구소장은 “결혼 후에도 경제적으로나 생활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하기 어렵다 보니 자녀 세대인 에코부머의 필요에 따라 베이비부머의 주거 형태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세·중소형·아파텔시장 확대

저금리 여파로 전체 주택 임대차 계약의 절반에 가까운 월세 비중이 내년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월세 시대’의 개막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으로 실수요에 비해 투자 수요가 커지며 수익형 부동산이 부동산시장에서 주연으로 급부상한다는 것이다. 월세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점차 사라지고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과 민간 임대사업도 활성화된다. ‘5060 투자자’와 ‘2030 세입자’ 공식도 파괴되며 월세가 광범위하게 퍼진다.

관광과 주거가 결합한 홈 스테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주거공간으로 파고들며 실거주와 투자를 병행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월세 시대 가속화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빈 방을 단기 월세나 홈 스테이용 임대상품으로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외국인과 함께 한 집에 사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체류 외국인은 180만명, 외국인 입국자는 1426만명에 달한다.

1인당 33㎡짜리 공간만 있으면 만족하는 ‘주거공간 핏(fit) 사이징’도 눈길을 끈다. 국내 전체 가구 중 1~3인 가구 비중이 7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99㎡를 넘지 않는 주택이 대세가 되는 것이다. 과거보다 면적이 줄어든 만큼 앞으로 집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역할만 하게 된다. 대신 운동은 인근 피트니스센터, 수납은 아파트 동별 계절창고, 손님맞이는 단지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해결한다는 분석이다. 아파트와 비슷한 공간을 갖춘 ‘아파텔(주거형 오피스텔)’과 테라스와 마당을 갖춘 단독주택, 임대 수익과 거주 공간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저층 상가주택 등 아파트 외 주거시설도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사물인터넷 하우징부터 휴가는 집에서

생활 속 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물인터넷(IoT) 하우징’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평범한 벽이 TV가 되고 투명한 거실 유리 칸막이가 스크린이 되는 식이다. 스마트폰으로 건강심리 상태를 확인해 온도와 조명을 맞춰주고 손님이 집을 방문하면 벽체가 멋진 해변으로 변신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집이나 집 근처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여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도 확산된다. 스테이케이션이란 머물다의 ‘stay’와 휴가의 ‘vaca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 5일제 근무 정착으로 여가시간은 늘었지만 쓸 수 있는 비용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큰 돈을 쓰지 않고 구경만 해도 가족끼리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형 쇼핑몰 인근 아파트나 산책로와 피트니스센터 등 입주민을 위한 운동시설을 갖춘 대단지 선호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소장은 “내년 주택시장은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른 세대 현상을 중심으로 주택의 상업시장 진입, 강남발(發) 재건축, 세계 경제와 소비심리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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